얼마 전 마케팅부서에서 일하던 250여명이 정리해고되었다. 알고리즘으로 그들의 일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용안정이 좋기로 유명한 독일이다.
규모를 늘려가고 있던 우리 팀은 마케팅 팀이 사용하던 사무실로 이사왔다. 해당 층에 있던 대부분의 직원들이 정리해고되어 남은 자리에는 챙겨가지 않은 물건들이 널려있었다. 입사 5주년을 축하하는 듯한 숫자 5 모양의 풍선이 달려있는 의자가 있었고 생일에 동료들에게 받은듯한 롤링페이퍼 카드가 있었다. 지난 크리스마스 파티 때 동료들과 찍은 즉석 카메라 사진이 있었고, 화이트보드에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토론과 고민의 흔적들이 있었다. 나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일하던 동료들이었다.
얼마 전 있었던 CEO들과의 대화에서 곧 정리해고될 마케터가 질문했다. "6년 이상 회사에 헌신했는데 갑작스럽게 정리해고 소식을 들었다. 어떻게 해야하나." CEO는 얼굴이 벌게져서 허둥대며 대답을 했는데 그렇게 좋은 대답은 아니었다. 어떤 대답을 한들 좋은 대답이 될 수 있었을까. 내 또래의 그 CEO는 그날 잠이나 제대로 잘수 있었을까.
회사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일련의 과정들을 눈 앞에서 생생하게 보니 감정적이 된다. 이것이 앞으로 계속 일어나게 될 일이라고 생각하면 복잡해진다.
얼마 전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던 사람들에게서 내가 개발했던 구글 어시스턴트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 와 간단한 모임을 가졌었다. 마지막 질문 중 하나가 혹시 프로그래밍 없이 개발가능하냐하는 것이었고,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대답하였다. 그랬더니 웅성웅성 프로그래밍을 배워야하나라는 이야기가 오갔다. 뭔가 특별히 만들고 싶은것이 있냐고 물었을때는 이것이 미래인것 같아서 알아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나서보니 그들은 정리해고 대상이 아닌 마케팅팀의 일원이었고 주위 동료들이 알고리즘으로 대체되는 것을 보고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만으로 안주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찾아왔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일은 AI로 대체될까? 그것을 알고 대비할 수 있다면 이미 그 사람은 대체 불가능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