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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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마지막 프로젝트를 할때였다. 공교롭게도 출근 마지막 날이 프로젝트 리뷰 날이었는데, 마지막 날이니 나는 들어가지 않았고 함께 일했던 개발자와 기획자만 참여하였는데 풀죽은 모습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혼이나고 다시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당시 프로젝트 경험이 많지 않은 기획자가 담당했었는데 기획 단계마다 컨펌을 받아야하고 수정이 필요하면 수정마다 다시 컨펌을 받아야하는 구조였다. 프로젝트 기획에 대해 의논하고 싶어도 정작 담당자들은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그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느껴졌다. 허수아비와 일을 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권한과 신뢰는 전혀 주지 않고 모든 단계에서 확인하고 컨펌을 했으면서 결과에 대한 책임만 물린 것이다.
그 이후 들어간 스타트업에서 첫번째 프로젝트 때였다. 어렵게 준비한 프로젝트가 출시 당일 날 뒤집어졌다. 마지막 테스트를 하는 도중 기획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얼마 후 CEO님께 장문의 이메일이 왔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본인의 책임이며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한 팀 정도 규모의 스타트업이라 보고체계가 없고 수평적이고 자유롭게 토론하며 일할 수 있는 문화였다. 직원들을 신뢰하고 권한을 부여한 뒤 문제가 생기니 책임을 본인에게 돌린 것이다.
어느 팀에서 직원들이 더 의욕적이고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리더를 신뢰하고 따를지는 명확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