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업을 준비하며 수없이 들었던 생각이 "영어를 이것 밖에 못하는데 과연 지금 해외에서 직업을 구하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였다.
독일에 오기 전 약 2년 정도 거의 중단하지 않고 일주일에 3회 이상씩 전화영어를 하였다. 처음 독일에 와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점심먹으러 갈까?"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야기 해야하나 고민하다 동료들에게 "Lunch?"라고 물어보았다. 전화영어를 아무리 오래해도 점심먹으러 가자는 말을 연습해볼 기회는 없었다.
동료들과 진행상황을 공유하다 내가 코멘트로 이미 남긴 사항에 대해서 물어보길래 "디쥬 혹시 체크 마이 코멘트?"라고 물어봤다. 주위에 한국인이 없어서 천만 다행이었다.
여기 오니 다들 자기 주장이 강하고 회의시간에는 열띤 토론이 이어지는데 나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6개월 수습기간 후 피드백에는 좀 더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독일에서는 취업 시 일반적으로 6개월의 수습기간이 있다. 그 기간 중에는 고용자의 일방적인 요청으로 계약이 해지 될 수 있지만 그 이후로는 해고가 어려워진다.)
한국에 있을 땐 회의시간에 의견을 많이 제시하는 편이었는데 여기서는 한 문장 만드는데도 머리 속에서 오랜 시간이 걸리니 타이밍에 맞춰 발언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주변 동료들이 이런 저런 것에 대한 의견을 물어볼때마다 영어 말하기 시험을 보는 느낌이었다. 나만큼 영어를 못하는 동료는 없었다.
한국인의 영어에 대해 이야기할 때 발음이 중요한가에 대한 논쟁을 가끔 볼 수 있다. 나의 경험으로는 제대로 발음하지 않고 적당히 한국식으로 발음을 하면 말 자체를 알아듣지를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영어 발음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외국 생활을 위해서 발음 연습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문장이 다 갖추어져 있고 헷갈리는 단어가 없을때는 문제가 덜하지만 한 단어만 이야기해야할 때는 제대로 발음하지 않으면 아무리 말해도 못알아 듣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대화를 하는데 자신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며 일상 대화는 조금 자연스러워지고 자신감도 생겼지만 아직도 미국, 영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이런 생각을 종종한다. "어째서 이렇게 오랜시간 영어공부를 하였는데 이런 쉬운 문장도 알아들을 수가 없는 것인가?"
4년 넘게 매일 영어를 쓰며 일하고 있지만 아직도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밑빠진 독에 물붓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경제가 좋은 지역은 어딜가나 개발자 구인난이고 영어를 유창하게 못하더라도 어느정도 소통이되면 뽑는 곳도 많이 있다. 베를린에서 이직을 했는데 가보니 마음에 안 들어 바로 다른 리크루터에게 소개 받은 곳으로 옮기는 친구도 있었다.
해외취업에 관심이 있다면 일단 직업을 구하고 돈 받으며 실용영어로 실력을 쌓는 방법도 괜찮다. 물론 그동안 어느정도 스트레스 받는건 어쩔 수 없다.